Q 가을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입니다. 양가 상견례는 물론 신혼집도 장만했고 혼수 준비는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시댁에 보낼 예단은 금액이나 품목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사용할 혼수도 아닌 데다 시댁 어른들께 드릴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큽니다.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A 예단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시어머니와 함께 충분한 상의를 하는 것입니다. 먼저 시댁 어른들이 생각하고 있는 예단의 종류와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정성을 다해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위 친구들이나 가까운 친척들의 경우를 일반적이라 생각하고 시댁 어른들의 의중도 고려하지 않고 마음대로 준비하면 시부모님이 섭섭해 하신다거나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부모님이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하시거나, 드러내 놓고 너무 무리한 금액과 품목을 요구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직접 시부모님께 여쭤보고 충분한 상의를 거쳐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고, 시부모님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예비 신랑에게 부모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확인해볼 것을 당부해야 합니다. 예비 신랑은 간소하게 부담 없이 준비하는 게 부모님의 생각이라고 무조건 몰아가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옳지 않은 태도입니다. 이런저런 사소한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양가 집안의 특성이나 형편을 이해시키며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예비 신랑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Q 저는 현물 없이 현금으로만 예단을 보내려고 합니다. 돌려 받을 금액도 고려해서 보낸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 금액을 보내야 할까요?

A 현물과 현금을 함께 보내지 않고 현금으로만 예단을 보낼 경우에는 시어머니의 의향을 묻거나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대부분 시어머니는 성의껏 보내라고만 말씀하시는데 그 ‘성의껏’이라는 게 집안 전통이나 형편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단은 총 결혼 비용의 20~30%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평균적으로 말하면 현금 예단은 3백만~7백만원대가 가장 많고, 1천만원 이상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 예상 비용으로 2천만~3천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신랑 신부라면 5백만원 정도의 현금 예단이 가장 무난합니다. 그리고 현금으로만 보내는 것보다는 반상기와 은수저 세트 정도는 함께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금 5백만원이 예단으로 가면 보통 2백만~3백만원 정도가 신부 측 예단조로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는 신랑 측 집안 풍속에 따라 다르므로 그 금액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신부 측에서 돌려 받지 않을 것을 생각하고 보낸 금액이라며, 되돌려 보내지 말 것을 미리 당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저희 시댁은 작년에 시아주버님이 결혼할 때 예단으로 받은 전통 보료와 침구 세트가 그대로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굳이 제가 예단으로 침구와 보료, 은수저 세트 등을 또 다시 해드려야 하나요? 저는 간단하게 현금으로만 보낼까 하는데, 주위에서는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현금만 보내면 시부모님께서 서운해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물건으로 어떻게 보내는 게 현명한 방법일까요?

A 일반적으로 예비 신부가 시댁에 보내는 현물 예단은 침구 세트, 보료 세트, 반상기, 은수저 세트를 선호합니다. 침구 세트를 보낼 때는 한실 이불요 세트 또는 침대 커버 세트를 기본으로 하고 상황에 따라 삼베, 인견, 모시 소재의 여름용 이불과 차렵 이불이나 누비 이불 등 춘추용 이불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신부가 이런 세트를 완벽하게 갖춰서 보내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3형제가 있는 집안에서 모든 며느리가 시집올 때 예단 품목들을 완벽하게 갖춰서 보낸다면 집안에 이불과 보료만 넘치겠지요. 그래서 대부분 장남과 차남에게 조금씩 차등을 두고 예단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랑이 장남일 경우, 베개 2개와 방석 2개가 포함된 이불요 세트와 여름 이불 세트, 춘추 차렵 이불을 보내고, 차남이나 막내일 경우에는 이미 장남이 결혼할 때 이불요 세트는 받은 상태라는 것을 감안해 간이 보료 세트와 여름 이불 세트, 춘추 차렵 이불 세트 정도로 간소화합니다. 전통 보료는 요와 등받이, 크고 작은 팔 걸치개 각 1개, 방석 5개를 포함한 ‘구반석’을 말합니다. 그러나 장남이 결혼할 때 구반석을 받은 상태라면 차남은 전통 보료의 종류를 다 갖출 필요 없이 신혼 여행에서 돌아와 시부모님께 첫 인사를 드릴 때 깔고 절할 수 있는 절방석 2개만으로 간소하게 준비해도 됩니다. 물론 집안 전통이나 형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게 마련이므로 예단을 준비하기 전에는 시부모님께 먼저 결혼한 형제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고 추가로 꼭 필요한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저희 시부모님은 젊으셔서인지 전통적인 예단 품목보다 일상 생활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아서 준비하라고만 하십니다. 정해진 품목이 없으니 오히려 막막합니다. 요즘 신세대 시부모님들이 선호하는 예단 품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시대가 바뀌어 현물 예단도 명확히 정해진 품목이라든가 규범이 거의 없어진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상황과 형편에 따라 예단이 간소해질 수도 있고, 더 어렵고 복잡해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현물 예단은 뒷말의 소지가 있으므로 준비부터 포장까지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시어머니의 과도한 예단 리스트가 등장할 수도 있고, 품질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시어머니의 취향을 잘 살핀 뒤 준비하는 현물 예단은 현금보다 더 정성스러운 값진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현물 예단을 준비할 때 시부모님의 의견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요즘은 현물 예단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그러므로 시부모님이 정확한 품목을 정해주지 않은 경우라면 시부모님의 평소 라이프스타일이나 취미, 여가 생활 등을 파악해서 꼭 필요하고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준비합니다. 전통적인 품목으로 이불이나 한복 정도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신세대답게 독특하고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준비하기도 합니다. 시어머님이 평소에 예쁜 그릇을 좋아하신다면 로맨틱한 스타일의 수입 명품 그릇 세트를 선물해도 좋고,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해외 여행 티켓을 선물해도 좋습니다. 그 외 핸드백, 스카프, 향수, 화장품 등 시부모님이 현재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예단 품목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은 받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믿을 만한 곳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입 명품 브랜드나 백화점 물건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고,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 전문 상가를 꼼꼼히 비교해보고 실용적이고 품격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합니다.

Q 시부모님 외에 친척들에게도 예단을 드리려고 합니다. 친척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생각해야 할지, 그리고 현물이나 현금은 어떤 품목을 어느 정도로 드리는 게 적당한지 궁금합니다.

A 예단을 보내는 범주는 신랑의 직계 사촌에서 팔촌까지입니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결혼식 날 폐백실에서 폐백을 받는 어른들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핵가족이 많아서 친척의 범위를 정확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집안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 드리면서 예단을 보낼 친척의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시부모님과 시부모님의 직계 형제, 신랑의 형제에게 보내면 됩니다. 신랑의 형제들만 챙길 때는 시부모님과 꼭  상의하고 정성껏 준비해야 합니다. 남자 형제들에게는 양복, 여자에게는 양장이나 한복을 선물하고, 형제가 많은 경우에는 좀더 저렴한 품목으로 대체해도 됩니다. 그리고 시조부모님이 살아 계시면 이불 세트를 챙겨드리며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옳습니다. 친척들에게 현금으로 예단을 할 경우에는 1인당 10만원 이상은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며, 현금을 보내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구두 티켓이나 백화점 상품권, 와이셔츠, 넥타이 등의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선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우여곡절 끝에 예단 준비를 마쳤습니다. 시부모님이 전통을 중요시하는 편이셔서 예단을 보낼 때도 어느 정도는 예의를 갖춰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예단은 언제쯤 보내야 하며, 보낼 때 현금과 현물 예단의 포장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A 예단을 보내는 시기가 꼭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양가의 합의하에 예단 준비를 마친 후, 결혼 한 달 전에는 예단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결혼식 한 달 전이면 예단 준비뿐 아니라 다른 준비 상황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무척 바쁠 때이므로 그보다 더 결혼식에 임박해서 예단을 보내는 것은 신랑 신부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예단 품목이나 현금 예단의 금액이 정해지면 준비할 시간과 결혼식 날짜를 고려해 양가 합의하에 좋은 날짜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많은 친척들의 개입으로 양가에 마찰이 빚어질 경우, 최종 결정은 양가 어머니들이 내리도록 조정합니다. 신부는 시댁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런 난처한 상황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어느 정도 가이드 라인을 정해 놓고 일을 진행해야 소소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현금 예단을 보낼 때는 깨끗한 백지나 한지로 속지를 만들고 속지 위에 예단의 품목과 금액, 일시, 보내는 이의 이름을 쓴 뒤 세 번 접어 현금과 함께 봉투에 넣습니다. 요즘은 한복집에서 현금 예단 보내는 비단 촌지보를 3만원 정도에 판매하므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고운 비단에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자수가 놓인 촌지보는 신랑 신부의 인생이 막힘 없이 술술 풀리라는 전통의 의미를 담아 복잡하게 묶는 부분이 없고 넓은 천을 정성스럽게 접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한편 현금 예단을 보낼 때 가끔 계좌이체를 이용하는 신부가 있는데, 편리할 수는 있어도 시댁 어른들의 감정이 미묘하게 상할 수 있는 예민한 부분이므로 이런 행동은 삼가야 합니다. 현물 예단을 보낼 때는 품목별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한 후, 보자기에 싸거나 큰 가방에 넣어서 들고 가면 됩니다. 물건의 품격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포장도 제품 선택 못지 않게 보내는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신부가 혼자 가는 것보다는 오빠나 동생, 삼촌 등 직계 가족이나 친척 중 한두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