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라 왕의 드레스는 몸에 붙는 스타일이 많다. 2005 뉴욕컬렉션에서 모델이 입고 있는 모습. |
▶ 왼쪽부터 지난달 탤런트 김남주의 결혼식 장면, 빅토리아 베컴, 샤론 스톤. [김남주 사진 제공=마이데일리] |
◆ 베라 왕 드레스=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2층에 자리잡은 '베라 왕' 매장. 중국계 미국인인 베라 왕은 샤론 스톤이나 빅토리아 베컴 등의 드레스를 만든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한눈에 들어오는 스타일은 대부분 어깨를 훤히 드러낸 톱 스타일에 가슴선도 꽤나 많이 파이고, 전체적으로 몸에 자연스럽게 맞춘 슬림한 라인이다. 언뜻 밋밋해 보이지만 구슬 장식 등으로 군데 군데 포인트를 주거나 튤(그물) 소재를 덧대어 은은하게 몸매를 드러내고 있다. 베라 왕 홍보를 담당하는 이진 대리는 "대여를 안 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부자들만 찾지는 않는다. 고소득 전문직 여성이나 유학을 다녀온 예비신부들도 많이 문의한다"며 "이젠 웨딩드레스도 외국과 동시에 유행한다"고 주장했다. 베라 왕은 보석과 시계 브랜드들이 있는 2층에서 유일한 의류 매장이다. 에비뉴엘에서 고용한 웨딩플래너가 상주하고 있는 사무실이 베라 왕 매장과 연결돼 있어 예물과 드레스를 알아보러 온 부유층 신부를 잡기 위한 의도가 엿보였다.
◆ 청담동 유행은=고급 웨딩드레스의 메카는 역시 서울 청담동의 전문 디자이너 숍들이다. 이들이 전하는 요새 유행하는 청담동 스타일은 내추럴. 웨딩 전문 컨설팅업체 '웨딩티아라'의 양지영 실장은 "기본적으론 심플한 라인에 화려한 디테일을 강조하지만 공통적인 유행은 없다. 오히려 신부 개개인에 맞추는 것이 유행이라면 유행"이라고 말했다. 소재는 예전보다 부드러워졌다. 머리 모양도 딱 붙이지 않고 앞머리 정도는 자연스럽게 내려오도록 하지만 베일 같은 경우엔 반짝이는 펄 소재를 써서 돋보이게 한다고 한다. 한여름이 코앞이어선지 목 부분을 드러내는 시원한 스타일이 많다. 그러나 베라 왕과는 달리 가슴선이 많이 파이지 않게 처리되고 캡(Cab)소매라고 해서 양 어깨에 천을 덧대어 다소 점잖은 모양이었다.
대부분의 웨딩숍은 베라 왕의 진출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청담동에선 500만원 정도에 드레스와 액세서리까지 대여할 수 있는데 1000만원이 넘는 드레스를 구입하는 일은 아직 우리 실정엔 맞지 않는다는 것, 어깨를 훤히 드러내는 스타일도 아직은 소화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 "내 드레스 내가 고른다"=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신부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연예인이 결혼식 때 입었던 스타일이 한동안 유행을 휩쓸었지만 이젠 그런 경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남주 드레스를 무턱대고 따라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외국 스타들의 패션을 받아들이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국내 웨딩드레스 시장에서도 베라 왕이라는 브랜드는 이미 익숙한 상태다. 오히려 외국의 유행을 나름대로 응용해보려는 예비신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앞부분이 과감하게 파인 웨딩드레스를 입은 탤런트 김남주의 결혼식이 있은 뒤 "앞이 파인 김남주 드레스는 서양인에게 어울리니 저는 뒤를 판 스타일을 입고 싶어요"라고 주문하는 식이다.
특히 외국 체류 경험이 있거나 직업상 해외 출장이 잦은 여성들이 웨딩드레스 시장에 미치는 영항력은 연예인 못지 않다. 청담동 '라마리에'의 오경조 실장은 "지금은 결혼 비수기지만 유학생들이 7월 방학 때 드레스를 맞추는 기간이기도 하다. 유학생들이 우리에겐 중요한 고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