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고종관] 아직도 성형은 여성만의 전유물일까. 하지만 일반인의 인식과는 다르게 최초로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은 남성들이었다.
문헌에 기록된 최초의 성형수술은 인도에서 이뤄졌다. 힌두교 교리에는 죄를 지으면 코를 베는 형벌을 받게 하고, 죄를 뉘우칠 경우 다시 코를 만들어주도록 했다고 한다. 금세기 들어서도 성형은 남성을 대상으로 빈번하게 성행했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부상자의 외형을 만들어주기 위해 재건 성형이 발달한 것.
과거 수술이 재건에 주력했다면 여성해방과 함께 찾아온 것이 미용성형이다. 미용성형에 남성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직업상 이유 때문이다.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취업을 위해, 조금 더 나은 인상을 갖기 위해 성형수술을 시도하는 남성이 늘고 있는 것이다.
첫 성형수술이 코였듯, 지금도 남자들이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부위는 코다. 아무래도 코가 얼굴의 정 중앙에 위치해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할 뿐더러 남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이 주요한 이유인 듯하다.
특히 남성은 사고 때문에 수술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김형준 성형외과에서 코 성형을 한 환자 106명의 분석 결과를 보면, 격렬한 운동이나 사고로 코뼈가 기형이 된 경우가 71명으로 67%에 이르렀다. 취직이나 사업을 위해 성형을 한 경우는 33명(31%).
코 성형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재료가 실리콘.사불화폴리펩티드.연골 등이다. 실리콘은 모양을 조각하기 쉬워 콧날을 예쁘게 살릴 수 있지만 피부가 얇은 사람은 비쳐 보일 수 있다. 또 콧대를 많이 높일 경우 피부가 얇아져 비쳐 보일 수 있으므로 원하는 만큼 높게 수술할 수 없기도 하다.
사불화폴리펩티드는 1평방인치당 90억개 이상의 미세한 구멍으로 이뤄진 신소재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비쳐 보이지 않지만 실리콘보다 뭉툭한 느낌이 들고, 피부에 들러붙어 재수술시 보형물 제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귀 뒤쪽이나 코 안에 있는 비중격 연골은 자신의 조직이라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 부작용이 없다. 하지만 코끝만 높이는 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실리콘으로 만든 인공보형물 위에 얇은 사불화폴리펩티드를 덮은 '커버실리콘'이 나왔다. 김 원장은 "실리콘이 환자가 원하는 코 모양을 선명하고 안정적으로 잡아주면, 피부조직과 적합성이 뛰어난 사불화폴리펩티드가 수술 부위를 부드럽게 다듬으면서 자연스럽게 코 모양을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