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차단, 모자와 스카프 쯤으로는 어렵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바야흐로 따스한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이다. 굳이 시간을 내서 먼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가까운 공원, 산책길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도 크게 늘어나 장시간 야외에 있을 경우 얼굴에 기미, 주근깨가 생기게 마련. 몸속에서 비타민D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외선도 있지만 이처럼 피부를 노화시키는 자외선은 차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외출 전에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동원하는 방법으로는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데 그친다. 그나마 자외선 차단제도 바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카프나 챙이 넓은 모자로 자외선을 차단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일 수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면서 스카프를 두르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종류도 가지각색이지만, 여전히 나풀거리는 스카프가 인기다.

스카프는 보통 리넨처럼 얇은 천으로 만든다. 리넨은 섬유를 얼기설기 짜기 때문에 여러번 겹치지 않으면 햇빛이 쉽게 통과한다. 얇은 스카프나, 속이 비치는 옷을 입게 되면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는 수위가 올라간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자외선을 보호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수행된 500여개의 연구결과로 힘을 얻는다.

의학저널 ‘란셋’에 따르면 스위스 트리엄리병원 연구팀은 ‘사람들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어떻게 보호하는지’에 대해 연구한 논문들을 분석하고, 그 결과 면이나 리넨은 울(양모)이나 청바지 등 데님으로 만들어진 옷보다 자외선 차단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름철 시원하고 얇은 옷들은 섬유와 섬유가 겹치는 공간이 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두껍고 뻣뻣한 천으로 된 옷이나 모자가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의류학과 전동원 교수는 “천이 순면이나 린넨으로 됐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섬유로 얼마만큼 촘촘하게 짰느냐에 따라 자외선 차단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평소에 모자를 쓰고 다니거나 스카프로 칭칭 동여매고 다니는 것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을 비교해 봤을 때는 어떨까?

전문의들은 자외선 차단을 위해 양산을 쓰거나 챙이 넓은 모자, 스카프로 무장을 하더라도 평소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가장 간편하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을지병원 피부과 손숙자 교수는 “자외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홍반성 루프스병의 경우 피부상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에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발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피부 자체를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몸을 완전히 가린다면 자외선의 해악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에 청바지처럼 무거운 데님 소재의 모자, 장갑을 사용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에 섬유 전문가들은 자외선을 피하는 방법으로 합성섬유 가운데 폴리에스테르처럼 얇고 촘촘한 직물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면 등의 천연섬유만을 볼 것이 아니라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섬유도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자외선 보호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대학교 의류학과 구영석 교수는 “등산복 등 스포츠용 의류 중에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물질이 코팅돼 있거나, 아예 섬유를 가공하는 단계에서 이 물질을 섞은 옷들이 많다”며 “검정색보다는 자외선을 반사시키는 흰색 계열의 옷, 모자 등으로 자외선 차단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