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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 A to Z 결혼, 지역마다 다른 풍습·에티켓… 챙겨보고 오해 푸세요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의 남녀가 결혼을 하게 될 경우에는 고유한 결혼 풍습을 몰라 오해가 깊어지기 쉽다. 지역감정으로 인한 문제야 옛말이라지만 결혼 문화의 차이는 알게 모르게 앙금을 남길 수 있다.

격식과 전통을 따지는 경상도쪽에서는 '큰상'이라는 풍습이 아직 남은 곳이 많다. 큰상이란 신랑집에 새 사람(며느리)이 왔다고 알리는 제사를 올리기 위해 신부집에서 한껏 솜씨를 부려 음식을 보내는 풍습이다.

보통은 신혼여행 후 신부 측에서 시댁에 인사하러 가면서 이바지 음식을 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상도의 큰상 풍습은 결혼식 전날 따로 음식을 보내 동네 어른과 친지끼리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풍습을 모르면 "결혼 전 음식을 보내라"는 말에 이중 부담을 느껴 당황하기 십상이다. 그런가 하면 전라도와 충남 지역 즉 백제문화권은 이바지 음식을 신랑 측에서 신부 측으로 보낸다.

경상도에서는 신혼여행 후 신부 측 아버지와 삼촌 등 남자 친척들이 시댁에 신부를 데려다 주고 함께 차를 마시고 오는 풍습이 있다. 전라도 출신의 남자와 결혼한 경상도 출신 최모(33)씨는 결혼식 후 풍습대로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는 "전혀 준비 안 된 시댁에서 당황하는 바람에 결국 아버지와 삼촌들이 신랑 집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전라도에서는 신랑 측이 결혼식 결정에 주도적인 편이다. 그래서 경상도 여자와 전라도 남자가 만나면 예식장 선정을 놓고 많이 부딪친다. 결혼식도 서로 자기 고향에서 올려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다 갈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폐백도 경상도에서는 양가 어른들 모두 받지만 서울 전라도 충청도 등은 시댁 어른들만 받기 때문에 경상도 신부를 다른 지역에 시집 보내면 자칫 섭섭해하기 십상이다.

서울과 충청도는 결혼 비용은 신랑 신부 양측이 반씩 부담하고, 예식장 선정과 주례 등은 남자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폐백은 신랑 측만 받고, 결혼식 뒤풀이 비용도 남자가 부담한다.

바다 건너 제주도는 다른 지방들과 확연히 다른 독특한 풍습을 유지하고 있다. 결혼 전반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신부 측이 행사하고 신랑 측은 모든 비용을 대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을 빚기 쉽다.

제주도 출신 김모(29·회사원)씨는 충청도 출신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내년 3월 결혼식을 앞두고 양가의 견해 차이로 아직 예식장도 못 잡고 있다.

남자 친구는 서울에서 결혼하자고 주장했고 결혼 비용도 반씩 부담을 요구했다. 또 서울에서 식을 올릴 경우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비용도 서로 상대편이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씨는 "양가 어른들 사이에서 어떻게 의견 조정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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