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들에게 뒷통수 보이지 않을 거예요” “평범한 결혼식은 싫다.” 올 봄 윤달을 피해 미뤄진 결혼이 가을에 집중되는 ‘결혼대란’이 예상되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색적이고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소설가 이윤기씨의 딸 이다희씨는 결혼하면서 주례를 과감히 없애고 어른들의 덕담인사를 받아 화제가 됐고, 탤런드 유준상, 홍은희 커플은 결혼식을 1, 2부로 나눠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 태극기 게양, 신랑의 건강 테스트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쇼호스트 박진호씨는 러닝머신 100대를 동원한 이색 결혼식을 벌였고 스킨스쿠버 동호회 회원들은 수중결혼식을 갖기도 했다.
이런 이색 결혼식은 특별한 이들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은 아니다.
최근 일반인 예비부부들도 각종 웨딩 관련 사이트를 찾아 다니며 평생 기억남을 남과는 다른 특색있는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뷰티플웨딩’문홍식씨는 “최근 들어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은 ‘주례없는 결혼식’, ‘신랑신부 인터뷰 결혼식’, ‘서명식 결혼식’ 등을 많이 찾고 있으며 올 가을에도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는 예비부부들도 많다”고 말했다.
‘주례없는 결혼식’은 근엄하신(?) 주례선생님을 모시는 대신 부부의 부모님이나 친인척 어르신들이 주례사 대신 덕담을 해주는 결혼식이다.
평소에 존경했던 분을 모셔 주례사로 모시는 것도 좋지만 주위 분들을 모셔 덕담을 들으면 하객들도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어 집중이 되고 신랑 신부에게 줄 좋은 말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겨서 좋다는 반응이다.
또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겠습니까?'라는 뻔한 질문을 탈피하고 신랑과 신부가 주체가 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는 ‘신랑신부 인터뷰 결혼식’도 인기다.
하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형식으로 신랑신부가 어떻게 결혼까지 골인하게 됐는지 앞으로 결혼생활의 각오는 어떠한지 등을 하객에게 알릴 수 있다. 하객들은 마이크를 돌려가며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한다.
‘서명식 결혼식’은 주례선생님의 일방적 서약을 탈피해 혼인서약서 또는 사랑의 편지를 신랑신부가 낭독한 다음 서로 교환서명을 하는 것이다.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 결혼 의사를 표명해 신랑신부의 동시 입장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평등 결혼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외에 축의금 대신 예비부부에게 필요한 혼수 용품을 전달해 주는 ‘친구들의 선물 증정식’, 신랑측과 신부측의 친구 둘이 더블사회를 보는 ‘더블 엠씨 시스템’, 신랑의 건강지수를 팔굽혀펴기로 체크하는 ‘신랑 건강 지수’, 부모님께 감사하는 내용의 글을 읽는 ‘효도 자랑’, 신랑 신부의 일대기 사진을 로비에 전시해 둬 이들이 성장해 온 과정을 볼 수 있는 ‘신랑 신부 사진 전시회’ 등 다채로운 결혼식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신부대기실에 앉아 미소만 보이는 ‘인형같은’ 신부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과감히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인사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식당에서 밥도 같이 먹는 신부도 있다.
친구들의 축하공연이 아닌 신부 측 아버지 친구들이 나비넥타이에 흰 장갑을 끼고 율동하며 노래하는 깜짝쇼를 벌이기도 한다. 한편 ‘이야기가 있는 결혼식’(cafe.daum.net/beautiwed)의 회원들은 “바쁜 사회에 마땅히 주례를 부탁드릴 분도 없었는데 주례없는 결혼식을 올리게 돼 기쁘다”, “주위에 재밌는 친구들이 많아 콘서트식 결혼식을 하게 됐다”, “우리 부부는 싸울 때마다 결혼식에서 사인했던 서명서를 보고 화해한다”며 이색 결혼식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결혼식’ 운영자 문홍식씨는 “너무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틀에 박힌 결혼식도 거부하는 신세대 예비부부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의미있는 결혼식이 일반화돼 부모와 당사자들이 서로 공감하고 이혼율도 더불어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